킬러문항 폐지, 무슨 일이 일어났나
2025학년도 수능부터 교육부가 도입한 '킬러문항 폐지' 정책이 2026년 현재 입시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킬러문항이란 정답률 5% 이하의 초고난도 문제를 의미하며, 수험생과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폐지됐다.
정책 시행 결과, 2025학년도 수능에서 만점자가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특히 수학과 과학탐구 영역에서 만점자가 급증하며 상위권 변별력 논란이 불거졌다. 2026학년도 수능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시 지원 전략의 변화
킬러문항 폐지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정시 지원 전략이다. 과거에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1~2문제 차이로 등급이 갈렸지만, 이제는 "한 문제도 틀릴 수 없는" 환경이 됐다.
입시 전문가들은 "수능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도 의대 합격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며 "정시는 수능 점수뿐 아니라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 그리고 지원 타이밍이 더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6학년도 정시 추가모집에서는 높은 수능 점수를 받고도 원서 접수 전략 실패로 불합격한 사례가 속출했다. 상위권 수험생들 사이에서 "한 문제 차이"가 아니라 "한 지원 차이"가 당락을 가르는 상황이 됐다.
N수생 증가와 재수 시장 변화
킬러문항 폐지는 N수생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능 난이도가 낮아지면서 "한 번만 더 준비하면 만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6학년도 수능 응시자 중 N수생 비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치동 재수학원 관계자는 "킬러문항이 없어지면서 수능이 '운칠기삼'에서 '기구십칠'이 됐다는 인식이 퍼졌다"며 "재수하면 확실히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믿는 학생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재수 시장의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들었다. N수생 증가로 상위권 컷이 더욱 올라가고, 결국 "한 문제"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진 셈이다.
수시 강화 vs 정시 강화, 어느 쪽이 유리한가
킬러문항 폐지 이후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수시가 유리하다" vs "정시가 공정하다"는 논쟁이 뜨겁다. 수시는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이 주를 이루며, 내신과 비교과 활동, 면접 준비가 필요하다. 정시는 수능 점수로만 승부하지만, 한 문제 실수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입시 컨설턴트들은 "학생의 성향과 강점에 따라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내신 관리와 활동 기록이 탄탄한 학생은 수시에, 모의고사 성적이 안정적이고 실전에 강한 학생은 정시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만 2027학년도 대입 개편을 앞두고 정시 비율이 소폭 축소될 예정이어서, 수시 전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결국 수시와 정시 모두를 대비하는 '투트랙 전략'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킬러문항 폐지, 성공일까 실패일까
교육부는 킬러문항 폐지가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 교사와 학부모는 "변별력이 약화돼 오히려 불안감만 커졌다"고 비판한다.
교육 전문가는 "킬러문항 폐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대안적 변별 장치 없이 난이도만 낮춘 것은 문제"라며 "서술형 평가 도입이나 논술 강화 등 종합적인 입시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6년 현재, 킬러문항 폐지는 입시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앞으로 이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