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고등학교 1학년을 시작으로 도입된 고교학점제가 2026년 3월부터 전 학년(1~3학년)으로 확대됩니다. 그러나 도입 첫해 현장의 거센 반발과 운영상의 혼란으로 인해, 교육부는 2026학년도부터 학점 이수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개선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고교학점제란?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3년간 192학점(교과 174학점 + 창의적 체험활동 18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하는 제도입니다. 선택과목의 내신 성적도 기존 9등급 상대평가에서 5단계 절대평가(A~E)로 전환되었습니다.
이 제도의 핵심 취지는 학생 개개인의 진로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고, 과도한 내신 경쟁을 완화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도입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현장의 반발: "제대로 안 돌아간다"
국회 교육위원회 강경숙 의원이 전국 고교 교원 9,4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가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응답은 19.6%에 불과했습니다. 부정적 의견은 56.2%, 중립적 의견은 24.1%로 교사 10명 중 8명이 제도 성공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최소성취수준 보장 지도(최성보)'였습니다. 기존에는 과목별 출석률 2/3 이상과 학업성취율 40% 이상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학점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학업성취율 기준 미달 학생을 위한 보충지도를 교사가 무보수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졌고, 행정 업무 폭증, 학생부 기재 부담 등이 교사들의 불만을 샀습니다.
교육부의 개선 대책: 학업성취율 기준 제외
교육부는 2025년 9월과 2026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고교학점제 개선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핵심 내용은 선택과목의 학점 이수 기준에서 학업성취율을 제외하고 출석률만 적용하는 것입니다.
즉, 2026학년도부터 선택과목은 출석률 2/3 이상만 충족하면 학점 이수가 인정됩니다. 이는 교사의 보충지도 부담을 대폭 줄이고, 학생들도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없이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단, 공통과목(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등)은 기존 기준(출석률 + 학업성취율)을 유지합니다. 이는 기초 학력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학생부 기재 부담도 경감
교육부는 교사가 작성하는 학교생활기록부 항목도 축소했습니다:
-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500자 → 300자
- 창의적 체험활동 진로활동: 700자 → 500자
-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수업 참여가 거의 없는 경우 기재하지 않을 수 있음
이는 교사들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실질적인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현장 반응: 환영과 우려가 공존
개선 대책에 대해 교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한 서울 소재 고등학교 교사는 "출석만으로 이수가 인정되면 보충지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행정 업무 경감도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합니다. "학업성취율 기준을 제거하면 선택과목에서 학습 동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교사 확충 없이 선택과목 수만 늘어나는 구조적 한계"와 "학교 규모에 따른 과목 선택 격차"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2026 대입에 미치는 영향
고교학점제의 변화는 대입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선택과목 내신이 5등급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이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과 비교과 활동을 더욱 중요하게 평가하는 추세입니다.
또한 정시 비중이 계속 확대되면서, 수능 성적이 대입의 핵심 변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고교학점제를 활용하되, 수능 대비를 소홀히 하지 않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성공적 안착을 위한 과제
고교학점제가 단순한 제도 변화를 넘어 진정한 학생 맞춤형 교육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 교사 충원: 선택과목 다양화를 위한 교원 확충
- 소규모 학교 지원: 농촌·도서 지역 학교의 과목 개설 지원
- 대입 제도와의 연계: 고교학점제와 대입 평가의 정합성 확보
- 학생·학부모 이해도 제고: 제도에 대한 충분한 안내와 진로 상담 강화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이번 개선 과제는 학교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여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현장 수용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습니다. 고교학점제가 학생의 진로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는 제도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2026년 전 학년 확대 시행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