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1번지 대치동에 나타난 이색 공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곳곳에 '000점 이상 배출', '서울대 합격' 현수막이 걸린 이곳에 지난 3월 초 이색적인 간판이 등장했다. 바로 '크런키 스트레스 타파 학원'이다.
건물 외관만 보면 여느 학원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이곳은 수학 공식 대신 '빠삭 공식'을 가르치는 특별한 공간이다. 롯데웰푸드가 개학 시즌을 맞아 기획한 체험형 팝업스토어로, 연일 1000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고 있다.
망치질과 고함으로 날리는 개학 스트레스
팝업스토어는 '스매쉬·샤우팅·원샷' 3교시로 구성된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장 인기 있는 '스매쉬' 수업에서는 오락실 망치 게임처럼 튀어나온 원판을 내리치며 점수를 겨룬다. 학생들은 친구들과 경쟁하며 "650점이 뭐예요, 저는 730점!"이라고 환호성을 지른다.
'샤우팅' 시간에는 방음 부스에 들어가 100데시벨 이상 소리를 질러야 한다. 민망해할 틈도 없이 진행 요원들이 "더 크게!"라고 응원해준다. 마지막 '원샷' 클래스에서는 포토부스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크런키 선물 꾸러미를 받는다.
학교·학원도 단체 방문, 예상 밖 호응
가장 놀라운 반응은 교육 현장에서 나왔다. 개학 직후 휘문고 1학년 학생들이 담임 교사와 함께 단체 방문했다. 학원 강사들도 "학생들이 알려줘서 궁금해 왔다"며 동료들과 함께 체험했다. 한 강사는 "애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겁다. "개학해서 너무 슬펐는데 스트레스 다 날리고 가서 좋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맘카페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며 "왜 이렇게 짧게 하느냐"는 이른바 '기분 좋은 민원'도 들어온다.
대치동을 선택한 전략적 이유
롯데웰푸드는 이번 팝업을 준비하며 우려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교육열로 뜨거운 대치동에서 부정적 반응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고3 수험생 학원이 몰린 구역이 아닌, 초·중등학생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선택해 리스크를 줄였다.
성수동처럼 팝업스토어가 즐비한 곳 대신 대치동을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10대 학생들이 실제로 몰려있는 곳에서 크런키 브랜드를 각인시키려는 전략이다. 대치동 곳곳에 '크런키 스트레스 타파 학원' 포스터를 붙이고, 2층 버스를 운영하며 진짜 학원 개원처럼 분위기를 연출했다.
교육 현장에 부는 새로운 바람
이번 팝업스토어는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대치동 학원가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업 스트레스가 사회적 화두가 된 상황에서, 폭력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대치동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학생들이 잠시라도 웃고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했다"며 "크런키의 바삭한 식감처럼 스트레스도 가볍게 털어내는 경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팝업스토어는 오는 3월 9일까지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운영된다. 짧은 기간이지만, 대치동 학원가에 남긴 메시지는 오래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학업과 성적만이 전부가 아닌, 학생들의 정서적 건강도 중요하다는 인식의 변화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